높은 베개가 목디스크에 안 좋은 이유
Q : 종종 푹 자고 일어나도 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주변에 이런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목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는 한 친구가 베개를 바꿔보라고 권하더군요. 베개를 잘못 베면 목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요. 처음에는 그깟 베개가 정말 목디스크를 유발할까 의심을 하다가 요즘 하도 목 아픈 게 낫지를 않아 이렇게 문의하게 됐습니다. 정말 베개를 잘못 베도 목 통증이나 목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냅니다. 따라서 수면 시 자세나 환경은 자못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따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목이 뻐근하게 아플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잠을 자는 동안 무리한 자세로 인해 목과 어깨 근육에 부담을 주어 신경이 일시적으로 압박을 받아 뻐근한 증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개는 목디스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베개만 바꿔도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도 합니다.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이상적인 자세는 척추가 일직선이 되도록 해 근육이 긴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베개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척추가 자연스러운 정렬을 유지하고 목뼈의 이상적인 C커브도 유지할 수 있도록 체형에 맞는 베개를 사용하면 수면 중 뒤척이거나 깨는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시간을 평균 15% 정도 늘리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 역시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며 베개는 낮은 것을 권했습니다. 만일 높은 베개를 베게 되면 정상적인 목뼈의 C커브가 반대로 꺾이면서 목과 어깨 근육은 밤새 긴장하게 되고, 척추 속을 지나는 척수를 압박해 신경 활동을 방해합니다. 고개가 꺾이는 자세가 되어 목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피로도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목디스크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밖에 높은 베개를 베는 것은 뇌의 혈액순환이나 눈의 피로에도 영향을 끼쳐 집중력과 기억력을 현저히 저하시킵니다. 성장기의 아이라면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높은 베개는 목의 주름도 생기기 쉽게 하는 등 여러모로 우리 몸에 이롭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베개를 아예 베지 않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베개를 베지 않게 되면 일자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숙면뿐만 아니라 목 건강을 위해 베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베개는 잠자는 동안 머리를 편안하게 지탱해 주면서 목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낮 동안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베개란 목뼈와 허리뼈의 만곡상태가 자연스러워 근 긴장이 없는 수면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베개를 말합니다. 등을 바닥에 대고 자는 경우 베개 높이는 옆모습을 보았을 때 목뼈가 자연스런 C커브가 되도록 해야 하므로 4~5cm 정도가 적당합니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경우엔 옆에서 보았을 때 목뼈와 허리뼈가 일직선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므로 어깨 높이를 감안하면 8~10cm의 높이가 알맞습니다.
그 밖에 목침과 같이 너무 딱딱한 것, 지나치게 푹신한 것, 목만 받치는 타월말이 베개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목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개는 다른 침구와는 달리 건강과 직결되는 물건입니다. 목이 건강하려면, 넓게는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지금 사용하는 베개의 높이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일 목디스크 증상이 있다면 임상경험이 풍부한 척추전문의에게 면밀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장형석 박사(장형석한의원 척추관절센터 원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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