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이 어떻게 허리디스크를 낫게 할까
장형석 박사 논문에서 규명 “봉침이 염증의 신호전달 경로 억제”
봉침은 동양은 물론 서양의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용됐다. 벌에 쏘인 후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우연히 경험적으로 터득한 인류의 지혜였다. 그러나 봉침이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하는지, 또 정확한 효능은 무엇인지는 오랜 세월 누구도 규명하지 못했다. 좋긴 좋은데 그 기전을 모르니 의학계에서도 효능에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차에 획기적인 논문 두 편이 나와 봉침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 장형석 박사가 경희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봉독이 염증세포 억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 이로써 봉침은 민간요법의 수준을 벗어나 치료제로서의 지위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전인미답의 길을 연 장형석 박사의 설명은 이렇다.<편집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료 방법 가운데 하나인 침술은 불면에서 편두통까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몇 천 년 동안 사용되어 왔다.(…) 동양의학이 에너지 흐름을 조정하는데 기여하는 반면 서양의학은 침술이 어떻게 우리 몸에 효과를 일으키는지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가 밝혀낸 결과에 따르면 침술은 통증을 줄이는 신경 물질인 엔돌핀을 방출하는데, 이 엔돌핀이 치료 과정을 돕는 순환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내몸 사용설명서』(메맷 오즈, 마이클 로이젠)
이처럼 서양의학자들도 침의 효능을 인정한다. 동의보감에서 ‘일침(一鍼), 이구(二灸), 삼약(三藥)’이라고 적고 있을 만큼 침은 약과 뜸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침이 어떤 기전으로 인체의 병을 치료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유난히 자극에 민감한 ‘경혈’ 부위를 침으로 자극하면, 그 자극이 척수를 통해 뇌에 전달되고, 자극받은 뇌의 작용에 의해, 치료에 관여하는 면역세포 T임파구나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이 평소보다 많이 나온다는 사실 정도가 밝혀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침의 효능은 이미 밝혀진 사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침은 면역 기능 확대와 진통 효과 외에도, 침 맞은 부위의 근육 이완과 기혈 순환 원활 등 다양한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
특히 침의 고유 기능에 봉독의 효능을 결합시킨 봉침은 면역력을 증강시켜 모든 염증을 인체 스스로 이겨내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면역 체계 증강 치료법이다. 봉독의 주성분인 멜리틴과 아파민은 강력한 소염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침 요법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심한 통증과 염증을 완화하는데, 특히 디스크와 퇴행성관절염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봉독의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봉독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이를 해외에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필자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재임하고 있을 당시 우리 연구팀이 경희대대학원 동서의학과연구팀과 공동으로 다년간 연구해온 봉독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 논문에서 우리 연구팀은 염증이 있는 생쥐의 세포에 봉독을 주입한 후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 봉독이 세포 내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COX-2, INOS)와 염증을 일으키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NF-ĸB, MAPK)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연구팀은 2002~2003년 진행한 실험에서 염증을 일으킨 생쥐의 대식세포에 봉독(0.1g)을 증류수 99.9ml에 희석해 각각 양을 달리해서 투여한 후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염증이 생길 때 증가하는 산화질소의 경우 봉독을 처리한 세포가 그렇지 않은 세포에 비해 최고 15배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봉독이 강한 염증 억제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 봉독이 염증을 유발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COX2와 iNOS)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봉침이 항염증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효과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부족해 아쉬움이 컸는데 이 연구결과를 통해 봉침의 염증 억제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돼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고 할 수 있다.
봉독이 염증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원제:Effects of bee venom on the pro-inflammatory responses in RAW264.7 macrophae cell line)은 2005년 5월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돼 당시 국제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학술지는 각 나라의 민족의학 중 과학적으로 증명된 논문만 게재하는 국제학술지로서 국내에서 봉독 연구 논문이 여기에 게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봉독이 염증 관련 유전자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이 연구를 계기로, 봉독은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퇴행성관절염 등 염증성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에 더 폭넓게 쓰이게 됐다.
2005년 봉독의 염증억제효과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4년 후인 2009년에는 유전자 칩을 이용한 대규모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기전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했다. 2005년 ‘봉독이 염증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발표된 이후 봉침의 염증 억제 효과는 여러 연구팀에 의해 조금씩 밝혀져 왔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유전자 수준에서 해당 기전이 제대로 규명돼 있지는 않은 상태였는데 우리 연구팀이 다시 2006~2008년 진행한 실험에서 유전자 칩 분석 기법을 이용해 봉독을 처리한 염증 유발세포에서 대규모 유전자의 발현을 분석해냈다. 또 유전자 칩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 실험군에서 의미 있게 발현된 특정 유전자를 선별해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time PCR)’도 분석했다.
실험결과 염증세포에 봉독을 처리했을 때 1시간 동안 4만6천6백57개의 유전자 중 129개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의 분석결과도 유전자 칩 분석 결과와 유사했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봉독이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함으로써 항염증효과를 나타낸다는 기전을 유전자 칩을 통해 명확하게 증명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 역시 2009년 2월 SCI급 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에 발표되었다.
글 : 장형석 박사(장형석한의원 척추관절센터 원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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