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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센터/관절질환

관절염 ‘뼈주사’에 대한 위험천만한 진실


(관절염에 대한 바른 생각)

관절염 ‘뼈주사’의 위험천만한 진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면역억제 스테로이드제’가 본질

통증 완화하지만 남용시 면역체계 흩트려 부작용 심각

장기치료 필요한 관절염에는 금물, 고관절 괴사의 원인



관절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뼈주사’ 혹은 ‘관절주사’라는 말을 여러 곳에서 들어봤을 것이다. 아픈 관절 부위에 직접 주사하면 신통하게도 관절염의 염증과 통증이 사라지는 이 관절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가리킨다.

 

스테로이드제는 강력한 항염 효과 때문에 관절염의 염증과 통증을 해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마치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낫게 해 주는 신통한 약처럼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스테로이드제는 일종의 면역 억제제로써 과민해진 인체의 면역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다고 하자. 열이 나거나 콧물, 기침 등 전형적인 감기의 제 증상이 우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실은 이 증상들은 백혈구나 기타 면역 체계가 우리 몸에 들어온 감기 바이러스와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 혈류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열이 나고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느라 콧물이나 기침이라는 물리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면역 억제제인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면 어떻게 될까.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각종 면역체나 항체를 지닌 혈액이 손상 부위로 가지 못하도록 혈관이 수축된다. 이렇게 되면 혈액이 손상 부위로 들어오지 못하게 돼 당연히 열이 내리고 기침이나 콧물 같은 면역 반응도 사라진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병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염증 반응이란 혈액이 손상 부위에 대량 유입되어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인데 스테로이드제가 이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한의학적으로는 스테로이드제가 몸의 기혈 순환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몸의 기혈은 생리적 특성상 원활하게 순환해야 한다. 인체의 기능이 필요 이상으로 활발해 기혈 순환이 외부의 강제적인 자극을 받은 상황이라면 이를 억제해 주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기혈 순환을 억제하는 것은 몸의 정상적인 상태를 망가뜨리는 일이 된다.

 

결국 스테로이드제가 ‘통증이나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탁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통증이나 염증을 야기한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모든 약제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스테로이드제 역시 이 명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처방 시 일정한 부작용을 예상해야 하며 특히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에 스테로이드제를 쓸 때는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스테로이드제는 병원에서 3개월 정도 간격을 두고 1년에 4회 이상 처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것을 잘 모르고 있다. 스테로이드제 관절주사는 관절 부위에 직접 주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림프관을 통해 혈액 안으로 약이 흡수되므로 전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도 스테로이드제 남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가 무수히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만 꼽아 봐도 관절염에 치명적인 비만이 나타나고, 상처가 잘 낫지 않게 된다.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커지고 고혈압, 당뇨, 출혈, 백내장, 녹내장, 위궤양, 위장 출혈, 목뼈 약화, 얼굴이 부으면서 근육이 약화되는 이른바 ‘쿠싱증후군’ 따위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류머티스관절염처럼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스테로이드제를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피부가 약해지고 실핏줄이 드러나 마치 달처럼 파리한 얼굴이 된다고 해서 문페이스(moon face)라는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고대 안산병원 인공관절센터에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을 앓고 있는 50세 이상 여성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5%의 여성이 스테로이드제 과다 복용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엉덩이뼈와 허벅지 뼈의 윗부분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관절 조직이 무너지는 병인데 이 여성들 가운데 65%가 다른 관절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약제를 장기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치료를 위한 처방이 또 다른 질병을 부른 사례인 셈이다.

 



글 : 장형석 박사(장형석한의원 척추관절센터 원장/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