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치료와 봉침 요법의 모든 것[봉독]
봉독, 봉침 요법
Q. 안녕하세요. 어머니가 오랫동안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습니다. 현재 60대 중반이신데요. 최근 주변 사람에게 한의원에서 봉침으로 치료하면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봉침 전문 한의원을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다가 봉침 관련 논문을 발표했던 장형석박사님이 새로 개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문의 드립니다. 침, 또는 봉침으로 퇴행성관절염 치료가 가능한지, 그리고 이것은 정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자세히 답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봉침치료 장형석한의원에서 퇴행성관절염 봉침 요법 치료 모습
A. 침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탁월합니다. 동의보감은 ‘일침(一鍼), 이구(二灸), 삼약(三藥)’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침은 약과 뜸보다 앞서는 치료법으로 꼽힐 만큼,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침이 어떤 기전으로 인체의 병을 치료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유난히 자극에 민감한 ‘경혈’ 부위를 침으로 자극하면, 그 자극이 척수를 통해 뇌에 전달되고, 자극받은 뇌의 작용에 의해, 치료에 관여하는 면역세포 T임파구나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이 평소보다 많이 나온다는 사실 정도가 밝혀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침의 효능은 이미 밝혀진 사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침은 면역 기능 확대와 진통 효과 외에도, 침 맞은 부위의 근육 이완과 기혈 순환 원활 등 다양한 치료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관절 부위에 침을 놓게 되면 보통 뭉친 근육이 이완되면서 붉어지고 붓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침 자극 때문에 관절 주변의 혈류량이 증대되고 있다는 증거로, 혈관 분포가 적어 영양 공급과 자가 치유 능력이 떨어지는 뼈와 연골이 주변을 지나는 혈관으로부터 영양과 면역 세포를 원활하게 공급받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침에는 봉침과 약침, 전침 등이 있는데, 침의 고유 기능에 각각 벌독과 약물, 또는 전기 자극의 효능을 결합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작용하는 원리는 비슷하되, 효과는 더욱 배가시킨 치료법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벌의 침에서 추출한 독 즉, 봉독을 이용한 봉침요법 치료
봉침(벌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봉침은 벌에서 추출한, 인체에는 무해한 독을, 아픈 관절 부위에 놓는 것입니다. 봉침요법은 면역력을 증강시켜 모든 염증을 인체 스스로 이겨내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면역 체계 증강 치료법입니다.
봉독의 주성분인 멜리틴과 아파민은 강력한 소염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 침 요법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심한 통증과 염증을 완화하는데, 특히 퇴행성관절염과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효과가 뛰어납니다. 봉독은, 천연 봉독에서 인체에 유효한 40여 가지 성분을 추출, 정제한 것입니다. 이것을 생리식염수에 희석한 다음 주사기로 관절의 통증 부위나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주입량과 농도를 조절하며, 보통 일주일에 2회 시술하고, 치료 횟수에 비례해 봉독 양도 조금씩 늘려갑니다. 단순 외부 충격으로 인한 관절 질환은 5회 미만의 치료로 많이 좋아지고, 50~60대의 퇴행성관절염에는 20회 정도 받으면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봉독은 항염과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절염과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염증성 통증 질환에 두루 사용되어 왔습니다. 봉독의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봉독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이를 해외에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있을 때 우리 연구팀이 경희대 대학원 동서의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봉독의 효과에 대해 다년간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봉독 염증 유발 유전자 억제 효과
이 논문에서 우리 연구팀은 염증이 있는 생쥐의 세포에 봉독을 주입한 후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 봉독이 세포 내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COX-2, INOS)와 염증을 일으키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NF-ĸB, MAPK)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05년 5월 국제학술지인 ‘민속의학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돼 당시 국제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봉독이 염증 관련 유전자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이 연구를 계기로, 염증성 질환의 보다 근본적인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이게 됐습니다.
봉독 봉침 치료 효과
또 봉침은 맞을 때 약간 뜨거운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약침으로서의 효과와 뜸을 뜬 효과를 동시에 맛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한 번 시술로 3~4일간, 길게는 일주일 이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효율성과 경제성 면에서 큰 장점을 지닙니다.
간혹 봉침을 맞게 되면 개인에 따라 2~3일 동안 오한과 발열, 전신 통증, 피로감 등 몸살기운이 돌고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봉독이 몸에 들어가서 생기는 정상적인 호전 반응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몸살 기운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사라지며 열이 심할 경우에는 얼음찜질로 내려주면 좋습니다.
봉독 봉침요법 치료시에는 반드시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친다.
봉독은 거의 1만 명당 1명꼴로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봉침은 반드시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친 다음 시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호흡이 가빠지거나 전신 두드러기, 심한 가려움증, 발열 등 호전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담당의사와 상담하면 됩니다.
장형석 박사(장형석한의원 척추관절센터 원장/전문의)